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Unknown


 한석규, 손예진, 고수 주연의 영화.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인 <백야행>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드라마를 본 적은 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드라마의 두 주인공 야마다 타카유키와 아야세 하루카가 열연한 <백야행>드라마는 이번에 리메이크된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와 확실한 차이가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임을 알리는 바....-_-)

 먼저 이야기의 전개. 드라마는 사건의 전말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즉 처음부터 어떻게, 왜, 누구에 의해 살인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준 후 그 뒤 주인공들의 삶을 보여주는 형식이다.
반면에 영화는 사건의 진실을 종반부까지 드러내지 않다가 결말에 다다를 때 쯤 관객들에게 사실을 밝힌다. 일종의 반전을 노린 것일까. 주인공들의 삶이 일그러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 진실이 너무 늦게 밝혀진 탓에 영화를 보면서 원래 내용을 모르고 영화를 통해 백야행을 처음 접한 분들은 조금 답답했을 것도 같았다.(눈치 빠른 분들은 대충 짐작들은 하셨겠지만... 설마 요한이 아버지가 XXX이었을 것 까진 생각 못하셨을 듯...)

 두 번째는 인물의 등장. 드라마를 본지 좀 되서 제대로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지만...(-_-)
내가 기억하는 드라마의 형사는 사사가키. 단 한 명 뿐이다. 료지와 유키호(아마 이 이름이 맞을텐데... 확인하긴 귀찮음-_-) 두 사람을 추적하는 사람은 그 말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김요한과 유미호를 쫓는 사람이 형사 한동수 외에도 두 명이 더 존재한다. 물론... 그리 명이 길진 못하지만;;; 아무튼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사사가키 형아가 혼자서 가위(?)까지 찔려가며 료지와 유키호를 궁지로 몰아넣었다면 동수 형은 이미 손을 뗀 사건에 다시 협조를 부탁하는 젊은 형사와 상사의 예비 신부의 뒤를 파헤치는 충직한 부하라는 전환점(??)이 되는 존재가 있었다.


 한동수 형사. 어떻게 보면 가장 불행한 인물일지도 모르겠다.14년 전,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려던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김요한, 이지아와 함께 14년 전 그 때로부터 모든 것이 멈춰버린 존재. 뭔가... 원망과 분노에 휩싸여있던 그가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후 김요한에 대한 미안함과 연민으로 반드시 김요한을 잡고자 했지만...
드라마의 사사가키와는 다른 매력을 풀풀 풍기며 영화 속을 누비는 듯.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자상한 동네 아저씨지만 날카로운 직관과 카리스마를 가진 사사가키 형사와는 달리 항상 거칠고 야생의 느낌을 발산하는 캐릭터인 거 같다. 어느 캐릭터가 낫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두 사람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드라마에 비해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2시간 남짓한 시간에 모든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앞서 '소설 - 드라마 - 영화'의 흥행 구조를 밟았던 다른 작품들이 소설, 드라마에 비해 영화가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닐까. 물론 영화가 좋다!!... 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_-);; 그냥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pass.
백야행 또한 처음 보신 분들은 다 보고나서도 '그건 왜 그런거야?'라는 생각이 들만한 점이 몇 군데 있었다.(생각을 하면서 보면 아마도 그런 의문이 남아있어야...) 그래도 드라마에 비해서 작품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려와는 반대로, 주인공들이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냈기 때문일까나. 어떤 사람들은 손예진 발연기라고도 하던데... 난 그런거 느끼지 못하겠더라. 고수, 손예진 두 주인공의 경우 대사가 그리 많진 않았는데(주인공인데...-ㅅ-)도 불구하고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가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수의 경우는 진짜 대사가... 대본에서 20줄도 안됐을거 같다...-_-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유미호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김요한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고수라는 연기자 자체가 김요한이 된 것 같이.(+영화를 보는 내내 고수 진짜 잘생겼다는 생각이-_-;;)
 태양이 높이 뜰수록 그림자는 사라진다는 그의 마지막 대사가 극 중 그의 삶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항상 밝은 빛을 쫓는 두 사람. 그는 그녀가 태양이며 자신을 그림자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김요한은 유미호를 항상 비춰주는 태양이 아니었을까. 14년 전 그 날로부터 이지아는 김요한의 햇빛 아래에서만 존재할 수 있었고 그의 그림자 속에서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녀는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녀 하나로 오롯이 모든 것을 버린 그에 반해 모든 것을 얻기 위해 그를 버린 그녀. 최종적으로 그녀가 얻고자 한 것은 그와의 행복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과는 그를 잃는 것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드라마와 영화, 어느 것이 더 낫다라고 말하기는 싫어지는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백야행이라는 작품 자체도 좋아하기 때문에 싫어할 수 없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경우 드라마를 먼저 보고 소설, 영화를 보고 완전 실망했던 터라....(마치 드라마와 소설, 영화는 별개의 작품인 거 같았다;;) 백야행도 상당히 걱정했는데, 의외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스토리텔링도 괜찮았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연기자들도 훌륭했다. 백야행이라는 작품을 처음 본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해보면 오히려 드라마를 보고 보는 편이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의 결말이 좀 더 상큼하고 여운을 남기고, 영화는 상대적으로 여운 보다는 궁금증만을 남긴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작품을 깎아내릴만큼 흠이 되지도 않는 듯. 무거운 느낌의 영화이긴 하지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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